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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신을 벗어라
오랜만에 '넷북'을 잡았다. 살 때만 해도 뭔가 의욕적이었다. 매일 갖고 다니며 인터넷도 하고, 공부도 하고, 집필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뭐 이런저런 계획이 있었는데.. 거의 한 달 간을 어딘가 구석에 쳐박아 뒀다가 오늘은 책상에 앉기도 귀찮고 해서 넷북을 꺼냈다.
키보드의 '달그락거림'이 좋다. 한때 글 쓰는 것을 참 즐겼는데.. 2007년 후반에 들며 내 글이 너무 날카로와져 있다는것을 발견했다. 원래는 따스했던 내 글들이었는데, 차가워지고.. 누군가를 냉소하는 글들이 채워졌다. 원치 않았던 '파괴성' 같은게 생기고, 조금은 부담스런'시선'들도 느껴졌다. 글이 무언가를 파괴하기 위해 사용되면 너무 무서운 도구가 되어버린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함부로' 쓰지도 못하게 되었다.
2008년 공직자가 되면서 거의 벙어리 블로거가 되었다. 너무 조심스러워서 꼬박 1년간을 닫아 뒀었다. 그러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사업을 주도하면서 블로그의 효용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블로그를 다시 열어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처음에는 여기저기 강의를 다니면서 '나도 블로거 했었소' 하고 소개하는 차원에서 보여줬고, 유지를 위해 대부분의 포스트를 이슈가 되지 않을만한 '육아일기로 채웠었다.
블로그에서는 처음 말하는 것이지만, 나는 몇 개월 전에 공복(公服)을 벗고 '민간인(民間人)'의 옷으로 다시 갈아 입었다. 삼청동의 공기를 뒤로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두호리 시즌 III' 쯤으로 해두자 마음이 많이 홀가분해졌다. 고된 배낭여행 후에 무거운 짐보따리를 내려놓는 기분이 들었다.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 여유도 조금 생기고 새로운 주변인들로 채워지고 있다. 취미나 여가도 찾으려하고... 하지만, 최고의 여가 활동이었던 블로그를 전처럼 많이 하진 못한다. 여전히 '업무'라는것은 바쁘고, 퇴근해도 가사(家事)로 인해 컴퓨터 잡을 시간이 좀처럼 없다.
대신 짬짬히 '트위터'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 하고 있다.(@dooholee) 요즘 하는 이야기들은 아주 '시시콜콜'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다. 오늘 팔로워가 800명이 넘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수다놀이 하기에 적당한 수치인듯 하다.
몇 일전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에서 '트위터'를 다뤘다. 트위터 공간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외수씨가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외수씨(@oisoo)는 나도 팔로우를 하고 있다. 그의 140자는 볼만하다. 아닌게 아니라, 그는 "140자에 생각의 엑기스를 혼신을 다해 쓴다"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그래서 '촌철살인'의 글들이 많이 나온다. 얻을만한 글이다.(가끔은 좀 아닐때도 있지만..)
나는 주로 특이한 뉴스를 전하는 용도로 사용하지만, 가끔은 불현듯 떠오르는 영감을 쏟아낸다. 남이 못 알아봐도 상관없는 글들도 있다. 그냥 갑자기 뱉어내고 싶은 이야기들을 거리낌없이 써댄다. 배설의 욕구다. 시원해진다. 가끔은 옛날 습관이 남아 '까칠하게' 굴때도 있지만, 흘러가는 140자라 생각없이 적게 되는 글도 많고. 블로그에 남길만한 할 글도 있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자기검열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무엇보다 글로 남에게 상처주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맞다고 생각해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들이 있을수 있으니.. 이를 전부 설명하지 못할량이면, 안하는게 맞지 않겠는가. 심지어 트위터란 놈은 겨우 140자밖에 못쓰다보니 동시간대에 계속적으로 스크린하지 않으면 말을 곡해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쟁'으로 삼아야할 이야기는 하지 않는게 원칙이다.
게다가 요즘은 '논쟁'할 힘도 별로 없다. 석유만 매장량이 있는게 아니다. 말도, 글도, 생각도 정해진 에너지가 있다. 한때는 참으로 에너지가 많았다. 일 하면서 학교도 다니고 연애도 하고, 블로깅도 하고, 커뮤니티도 운영했었다. 지금은 에너지를 거의 업무에 쏟는다. 남은 에너지는 가족에게 쏟는 편이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잘 가려하지 않는다. 자잘한 에너지가 많이 소비된다. 인풋이 작으면 아웃풋도 작은법.. 그렇게 에너지를 소비한 곳에서는 이렇다할 '성과나 결론'이 있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못 만났던 사람 만나서 깊이 있는 대화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러다 에너지가 좀 남으면 이런 블로그나 트위터 따위를 하는것이다. 앞에 말했듯이 '배설의 욕구'랄까. 뱉고나면 뭔가 개운하다. 그리고.. 원래 나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라, 마음도 머리도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늘은 블로그를 하고 싶었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다.
마치 윈도우에 '복원시점'을 정해두는 것과도 같다. 디스크 조각모음도 하고 쓰레기통도 비우고 복잡한 폴더도 정리한다.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는 것이다. 때도 바야흐로 2010년 구정이 다가오지 않는가.
'방향성'이란 것을 잡는 것이다. 맞는 길로 오고 있는가를 자문해보고 수정도하고. 이것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행복한 '자유의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아닌가.
대학교 1학년때 누가 나에게 선물해준 책이 있다. 제목은 '네 신을 벗어라' 이다. 국제적 선교단체인 YWAM의 설립자 로렌 커닝햄의 책인데 제목은 구약성경 출애굽기 3장 5절에서 하나님이 모세에게 하신 말이다. 이 말은 매우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책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하려는것은 아니다)
신(Shoe)이라는 것은 '권리'를 뜻하는 것이다. 신을 벗으라는 말은 '권리'를 내려놓으라는 이야기다. 돈, 명예, 권력, 습관.. 우리는 이런 신을 신고 있거나 쫒고 있지만, 이런 것들은 믿거나 의지할 것이 못된다는 것이다.
결국 저 '신'도 사람이 자기 만족을 위해 만든 '허상'일 뿐이다. '정신차리고' 돌아보면, 왜 그것에 집착하고 있는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찾을 여유가 필요하고, 또 섭리나 진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사이 나에게는 많은 채색이 되어 있었다. 내가 칠한 색도 있고, 남이 칠한 색도 있다. 그중에는 맘에 안드는 색도 있다.
감사하게도 오늘 다시 '네 신을 벗어라'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겸손을 주는 말이다. '모든것을 내려 놓는다' 가정했을 때, 별로 아쉬울 것이 없어야 한다. 그럴려면 집착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우선이다. 내가 과연 그런 용기가 있을까마는.. 그런 생각으로 끌리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나는 구도자(求道者)도 아닌데, 가끔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정결한 마음 주시옵소서'.. 이런 말들이 내 속에서 올라올 때는.. 내가 지금 그렇지 못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정의 요구가 제기되는 것이다. 변화는 쉬운 것은 아니다. 자유의지는 여전히 '달콤함'으로 유혹한다. 자유의지를 '유혹'으로 느낄 때는 이미 '자유'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신을 벗는 노력을 할 것이다. '노력'을 해야 돼서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좋지 아니헌가.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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